《박시백의 고려사》 1권은 견훤·궁예·왕건이 쟁투한 후삼국시대부터 삼한통일을 지나 광종과 성종의 이야기까지 통일신라가 저물고 고려시대가 개막해 자리잡는 처음 100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에 없던 혼란과 역동이 꿈틀대는 후삼국시대, 공포와 권위를 앞세운 궁예·견훤과 달리 왕건은 다름을 아우르는 포용과 민심을 읽는 안목으로 새 시대를 이끌 호인의 풍모를 풍기며 삼한통일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린다. 한반도 역사상 유일무이한 자주 통일을 이룩해낸 태조 왕건부터 유교적 통치를 기반으로 나라의 기틀을 세운 성종까지, 지금껏 베일에 감춰져 온 고려왕조의 화려하고도 위대한 역사가 그 첫 번째 맥동을 시작한다.
2권은 제7대 왕 목종부터 제17대 왕 인종까지 150여 년의 시기를 다룬다. 2권에서는 이제 막 나라의 기틀이 잡혀가던 고려에 외세로 인한 시련이 몰아친다. 대륙의 주도권을 잡은 거란은 세 차례나 대규모 침략을 강행하고, 동북의 여진은 세력을 모아 나라를 세우며 사대를 요구한다. 내부에서는 김치양·이자겸·묘청 등 반란의 역도들이 바람 잘 날 없이 왕조의 정통성을 위협한다. 거란의 침략부터 여진의 부상, 이자겸의 난과 묘청의 난까지 갖가지 국난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전진하여 황금기를 구축해내는, 작지만 강하고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나라 고려의 눈부신 진면모가 펼쳐진다.
3권은 고려의 기틀을 뒤흔든 건국 이래 최대의 난, 무신정변으로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세습과 혼맥으로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공고히 해온 문벌 귀족들의 괄시, 환관과 술사에 둘러싸인 채 사치와 향락에 빠진 제19대 임금 의종, 문신과의 해묵은 차별 대우 등을 참다못한 무신들의 뿌리 깊은 분노가 폭발하고, 개경을 피로 물들일 정변이 시작된다. 한편, 조정의 횡포와 실정으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은 민란의 횃불을 치켜든다. 힘이 곧 질서인 세상 속에서 고려는 끝 모를 격변에 휘말린다.
4권은 몽골의 침략과 고려의 항전, 원의 간섭과 부마국 고려로의 전환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다룬다. 최씨 정권의 위세가 여전하던 무신 집권기 고려는 대륙을 석권하고 급부상하던 몽골과 마주한다. 천하의 몽골군에 맞서 수많은 백성이 30년 항전을 이끌었지만 100년을 이어온 무신의 권력은 고스란히 몽골(원)에게로 넘어갔다. 최초의 원 황실 부마가 된 충렬왕 이래 고려는 부마국으로 원과 새로운 대외관계를 맺게 되고, 고려 왕의 책봉과 폐위까지도 결정하는 최종 권력을 틀어쥔 원의 간섭이 본격화된다
.5권은 충숙왕부터 공양왕까지 혼란 속에서 망국의 길로 향하는 고려 말기를 다룬다. 원의 간섭으로 왕의 폐위와 복위가 반복되며 왕권이 흔들린다. 그런 가운데 홍건적이 일어나 원나라의 힘이 위협받자 공민왕은 반원 자주를 기치로 개혁을 추진한다. 그러나 잇따른 정변과 외침으로 개혁은 좌절되고, 왕들의 무자비한 비행에 권문세족의 횡포까지 더해지면서 민심이 무너져 내리며 고려 왕조는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그때 백전불패의 명장 최영이 영웅으로 떠오르며 정권을 잡고 흩어진 민심을 모으지만, 추락한 왕권은 더는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마지막 고려인’ 정몽주는 왕조를 지켜내려 하지만, 정도전과 이성계 등 새 세상을 꿈꾸는 세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