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속이며 살아가는 삶들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유별나고 괴상하지만 ‘쾌적한’ 결혼식 파노라마
영국 3월의 어느 날. “강한 바람이 우짖으며 휘몰아치고” 있었다. 돌리의 결혼식에 맞춰 대첨가의 시골 저택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대첨 부인은 그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지만 벌써 다섯 명에게 “라일락 방을 준비해뒀어요”라고 말했다. 어딘가 정신이 나간 것은 아닐까. 한편 결혼에 확신이 없는 돌리는 “침실에 앉아 럼주”를 마시고, 조지프는 연신 “결혼을 막아!”라고 중얼거리며 돌리를 찾아다닌다. 돌리는 아래층에서 자신을 부르는 조지프의 목소리를 듣고, 만약 지금이라도 조지프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지만 이미 늦었다. 시간은 없고 결정도 내려졌다. 오후에는 남미로 향하는 배를 타야 한다. 길게 뻗어 있는 결혼식 베일을 보면서, 돌리는 어쩐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고 느낀다. 종잡을 수 없는 오늘의 날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