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빛과 실’의 작가, 한강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책
한강은 인간의 모순과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괴로워하면서도 이 세계의 폭력에 맞서 삶을 향해 연약한 몸과 혼을 기울이고 고통으로 연대하여 인간의 존엄을 증명해 내는 자신만의 문학적 세계관을 구축하였으며, 이로써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2024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게 된 자랑스러운 한국의 작가이다. 수상 후보자들을 심사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현대 산문의 혁신가”라고 칭하며 그의 작품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으며, 오늘날 한강과 그의 문학은 세계적 반열에 올라 세상 모든 독자를 만나며 그가 ‘지극한 사랑’이라 부른 금빛의 실로 모두의 가슴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
이 책은 한강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들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다. 고통을 끌어안고서 진정한 ‘나’를 찾으려는 이들의 여수(旅愁)에 대한 단편집 《여수의 사랑》, 오래된 폭력을 마주한 두 여자의 처절한 저항과 질문을 담은 ‘고통 3부작’ 《채식주의자》, 침묵에 갇힌 여자와 영원한 어둠을 기다리는 남자가 연속된 상실 속에서 서로의 삶 속 가장 연한 부분을 어루만지는 이야기 《희랍어 시간》, 국가의 잔혹한 폭력에 삶을 내걸고 맞섰던 이들을 고통으로써 기억하며 초를 밝히는 《소년이 온다》, 부러진 성냥을 다시금 그으며 작별하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애도를 선언하는 《작별하지 않는다》. 이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생을 이루는 양면의 경계에서 고통을 매개로 존엄을 증명하고 사랑과 연대로 나아가는 ‘빛과 실’의 작가 한강의 삶과 작품 세계, 그리고 그의 대표작들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만날 수 있다.
더 많은 가슴과 가슴을 이을 금실을 잣기 위해
‘빛을 향한 실뜨기’를 해 나가는 작가, 한강
2024년 10월 10일, 전국이 환호로 물들었다. 이날은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한강’의 이름이 호명된 날이다.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라는 기록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문학상 부문에서 아시아 수상자는 거의 없었던 데다 한강은 역대 수상자들의 평균 나이에 비해 젊은 편이었기 때문에 그의 수상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지만, 후보자들을 심사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의 작품에 대해 내린 평가는 그러한 예측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한림원은 한강을 “현대 산문의 혁신가”라고 칭하며 선정의 이유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
-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에서
‘빛과 실’이라는 제목을 붙인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한강은 자신이 어린 시절 썼던 이 시를 언급했다. 그리고 작품을 써내면서 조금씩 확장되어 온 그의 문학적 질문들, 어쩌면 그 모두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사유이자 세계라고 해도 좋을 그만의 문학이 가장 오래 지향해 온 것은 바로 ‘사랑’이었음을 알렸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사랑’은 ‘고통’과 동의어이다. 나와 다른 존재들을 인식하고 상상하게 하는 한강의 언어, 이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것. 인간을 이루는 양면의 경계에서 온몸을 내밀어 삶을 향했던 이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연민하며 촛불을 켜는 것. 그렇게 고통의 기억을 이어받은 가슴과 가슴을 연결해 나가며 마침내 인간의 존엄을 증명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폭력의 반대편에서 생명으로 기우는 한강의 문학이며, 그가 말한 사랑의 형태이다.
한강의 작품은 가볍지 않다. 아니, 정확히는 고통스럽다. 때로는 난해하고, 때로는 적나라하며, 때로는 막막하고, 또 때로는 잔혹하고 끔찍하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이 아무런 배경지식이나 해설 없이 그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읽어 낼 수 있다면, 청소년들은 한강의 작품을 통해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고통을 끌어안는 법을 배우고(《여수의 사랑》), 사회에 만연한 또 다른 이름의 폭력을 인식하며(《채식주의자》), 침묵과 어둠 속에서 서로의 상실을 보듬는 슬픔의 힘을 알고(《희랍어 시간》), 국가 폭력에 희생된 이들을 고통으로써 기억하며(《소년이 온다》), 시간 뒤로 숨어드는 폭력과 끝나지 않은 아픔을 잊지 않으려는 살아남은 자의 사랑을 이해하는(《작별하지 않는다》) 성찰과 성장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이 책은 한강의 작품을 손에 든 청소년들을 위해 쓰였다. <죽음(들)을 건너는 ‘견딤’의 윤리: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읽기>로 202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세밀한 읽기를 통해 그 의미를 차분하게 제시함으로써 소설이 주는 감동을 훼손하지 않고 추가한다.”(《세계일보》 김주연 문학평론가 심사평)라는 평을 받았던 이지연 평론가가 한강 문학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려는 청소년 독자들을 위해 기꺼이 펜을 들었다.
이 책은 먼저 독서와 공상을 사랑했던 한강의 어린 시절부터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곱씹던 사춘기를 지나 ‘질문을 던지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작품들의 토대가 된 작가 한강의 삶을 살피도록 했다. 그다음 작품론에서는 한강의 주요 작품이라 할 만한 소설들을 출간 순서대로, 즉 그의 사유가 확장되며 나아가는 순서대로 제시하여 한강의 문학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 그가 무엇을 고민했으며 또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그 사유의 과정은 어떠했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도록 했다. 작품별로는 간략한 줄거리와 인물 소개를 먼저 제시해 아직 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어지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한 번에 깨닫기 어려운 상징적 표현이나 작품 속에 감춰진 의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을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며 풀어주어 소설을 읽을 때 옆에 두고 번갈아 살피며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독자들은 오늘도 더 많은 가슴과 가슴을 이을 금실을 잣기 위해 ‘빛을 향한 실뜨기’를 해 나가고 있는 ‘빛과 실’의 작가 한강을 오롯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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