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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 폭력의 시대를 넘는 페미니즘의 응답

권김현영(저자) | 휴먼인문 | 18,000원 | 2020.06.08 | 328p | ISBN : 9791160803297 | 0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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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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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의 새로운 상식이 된 페미니즘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페미니즘이 다시 부흥기를 맞이한 2015년 이후, 여성들이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여성 대중이 페미니즘이라는 공통의 기반을 갖고 세상을 마주하는 시대, 페미니즘은 우리에게 무슨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는가?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이 지금-이곳의 문제들을 바탕으로 벼리고 다듬은 연구를 통해 폭력의 시대를 넘는 페미니즘의 길을 제안한다. 미투운동, 텔레그램 N번방, 장자연·김학의·클럽 버닝썬 사건 등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페미니즘 이슈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젠더, 성착취, 피해자중심주의, 섹슈얼리티, 여성 정치 등 페미니즘 핵심 지식을 진지하게 사유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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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1. 함께 ‘구시대의 마지막 목격자’가 될 수 있을까?
– 페미니즘과 여성의 공진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길

아직 페미니즘을 소수의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페미니즘의 ‘대중화’는 한국 사회를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미투운동, 불법촬영·편파수사 반대 혜화역 시위, 클럽 버닝썬 사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의 이슈는 많은 이에게 충격을 주었고,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성차별 문제에 각성한 이들은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선언하며 고사 직전의 페미니즘을 되살렸다. 그렇게 지난 5년여 동안 페미니즘과 여성 대중은 함께 진화하며 지금-여기의 새로운 상식을 만들었다.
페미니즘 대중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은 지금, 페미니즘은 유례없이 큰 에너지를 획득한 동시에 그만큼의 반발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20대 남성들은 오히려 자신이 차별받는다고 느끼며 안티페미니즘으로 결집했고, 여성들 간의 견해 차이가 첨예하게 드러나는 문제를 만나기도 했다. 가능성과 위험이 공존하는 이 같은 상황에서 페미니즘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은 이 책에서 한국 사회의 굵직굵직한 페미니즘 이슈를 하나씩 톺아보며 현상을 분석하고, 이면을 살피고, 논의를 전개한다. 기존 논거를 재확인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 이 과정에서 그는 대중화된 페미니즘이 나아갈 길, 우리 사회를 개선할 길을 함께 찾자고 제안한다.
 
“함께 구시대의 마지막 목격자가 됩시다.” 이 말은 최근 몇 년간 페미니즘의 대중화라는 새로운 국면이 만들어낸 의미를 함축한다. 페미니즘은 이제 소수의견이 아니라 (구시대를 보내고 도래한) 새로운 시대의 공통상식이 되어야 한다는 요청으로 불려 나왔다. 대중화는 그 자체로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긍정적인 면도 크고 부정적인 면도 상당하다. 다만 에너지의 크기가 달라진 상황이다. 오랫동안 교착되어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때로 큰 움직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앞에는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 자칫하면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과 새로운 길을 찾아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함께 펼쳐져 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7쪽)
 
2. 우리의 침묵은 어떻게 강간문화가 되었는가?
–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미투운동, 클럽 버닝썬 사건... 실패의 총합으로서의 성폭력 사태

이 책에 실린 9편의 글은 모두 한국 사회에 거대한 파고를 일으킨 중요한 페미니즘 이슈들을 다룬다. 저자 권김현영은 지금까지 축적된 페미니즘 지식을 기반으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미투운동,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 클럽 버닝썬 사건 등 실제 사례들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복잡한 맥락 안에 숨겨진 사회적·문화적 배경까지 짚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안들은 페미니즘 논의가 확산되면서 ‘이제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한국 사회의 폭력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과거에도 지금도 강간문화를 퍼뜨리는 이들을 추방하지 않으며, 강간문화에 노출된 이들도 대부분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한다는 명확한 증거다.
예를 들어 이 책의 2장 〈디지털 성착취 연대기〉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살펴보자. 저자는 비록 이 사건의 피의자 과반수가 10대와 20대지만, 이를 단순하게 1020세대의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돌연변이 같은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에는 이미 이 사건이 발생할 만한 환경과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다는 뜻이다. 저자는 빨간 마후라 비디오 사건, 유명 여성 연예인 비디오 누출, 소라넷, 김본좌·김하나 등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인터넷 성범죄의 목록을 펼쳐 보인다. 이 사건들의 흐름은 디지털 성착취의 최초 경험이 만들어지고, 포르노 사이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관련 규제가 도입과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여성들이 주도하여 디지털 성착취와의 싸움을 시작했지만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지난 긴 세월 동안 인터넷상에서 벌어진 수많은 성범죄를 해결하지 못했던 ‘실패의 총합’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디지털 성착취 ‘연대기’를 허용했음을 폭로하는 뼈아픈 지적이다.
 
어떤 사람은 텔레그램 N번방 사태를 보고 요즘 1020세대가 유독 잔혹해졌다며 세대론적인 개탄을 한다. 하지만 사회가 괜찮은데 갑자기 젊은 세대만 돌출적으로 잔인해질 리가 있는가. 이 사태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지나왔던 실패의 총합이다. 세대에 따라 어떤 환경에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은 소통을 위해 유용할 때가 있으나, 특정 세대에서 특정 문제가 가시화되었다고 해서 그 세대만의 문제로 돌리는 것만큼 무책임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 실패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지나쳐온 문제는 무엇이지, 그 문제가 어떤 토양에서 자라왔고 무슨 벽돌로 쌓였는지, 그 과정에서 오래된 문제는 어떻게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2장 디지털 성착취 연대기〉 중에서(49쪽)
 
장학썬(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이 드러낸 한국의 주류 남성 사회의 풍경에 따르면, 이들은 여성의 성을 이용해 자신들의 인맥을 구축한다. 남성 간의 거래에서 여성의 몸은 남성들의 관계를 공적인 차원(검사-건설업자, 드라마 PD-엔터테인먼트 업체 사업가)에서 사적인 차원(형님-아우)으로 재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김학의에게 무죄를 판결한 재판부는 이 사건을 자수성가해서 어렵게 사업을 꾸려온 지방 건설업자 윤중천이 욕심을 부려 무리하게 접대를 추진하다가 일어난 일로 취급했다. 검사장이라는 지위를 가진 남성과 인맥을 쌓는 방법으로 별장 성접대를 주선했다는 의미다. 이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착취에 일부 남성 ‘낙오자’가 가담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주류 남성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과 착취를 ‘정상적인 남성 문화’로 승인하고 누려왔기 때문에 주류에 속하지 않은 남성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욕망하게 된 것이다.
- 〈3장 성접대는 어떻게 관행이 되었는가〉 중에서(93쪽)
 
페미니즘 대중화의 흐름 속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을 성폭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고발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성폭력은 개인적 불운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남성지배구조를 지속시키는 통치수단의 하나라는 페미니즘 문제의식의 핵심이 (잠재적) 페미니스트 대중에게 전달된 것이다. 성폭력은 가해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해행위를 지속할 수 있게 한 성별권력관계의 문제라는 점을 그 어느 때보다도 잘 이해하는 여성-대중의 각성 속에서 탄생한 미투운동은 가해자와 가해 집단을 향한 적대감을 높이고 내부를 동질화하는 혐오 정치와는 다른 방향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미투운동의 참가자들이 원한 것은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넘어서 있었다. 이들이 원한 것은 가해행위가 얼마나 ‘정상적인’ 문화로서 오랫동안 지속되었는지 철저히 반성함으로써 위계를 이용한 젠더 기반 폭력의 구조적 조건을 바꾸는 데 있었다. 미투운동은 ‘안전’이 아니라 ‘권력’을 이야기했고, 기득권의 남성 카르텔을 문제 삼으면서도 해당 집단의 재건과 보존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 〈6장 미투, 대중화된 페미니즘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 중에서(189쪽)
 
3. 페미니즘 지식은 어떻게 생산·활용되는가?
– 공부하는 여성을 위한 페미니즘 깊은 맛

저자 권김현영은 지난 20여 년 동안 페미니즘 이슈의 최전선에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곁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에 저항하는 투쟁 현장에서 싸우고 활동해온 우리 사회의 대표적 페미니스트다. 스스로를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라고 말하는 데에서 잘 드러나듯, 그는 페미니스트로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천하는 삶을 지향한다. 2019년에 첫 단독 저서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를 출간하며 수많은 페미니스트의 열성적인 지지와 호응을 받았던 그는 이 책에서 페미니즘 지식을 통해 폭력의 시대를 넘는 새로운 길을 찾는다. 여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틀린 맥락을 파헤치며 구체적 현상을 분석하는 과정은 페미니즘 지식이 어떻게 생산·활용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청사진과 다름없다. 저자는 이 청사진을 들고 이미 알고 있는 길, 새로 발견한 길, 앞으로 찾아야 할 길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면서, 함께 새로운 지도를 그려보자고 이야기한다.
 
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기존의 설명으로는 충분히 해명되지 않을 때는 시대 배경을 비교하고 상수와 변수를 교차해가면서 지금 여기를 구성하는 새로운 조건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여성을 향한 폭력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기술이 매개되어 폭력을 확대 재생산하여 불가역적 피해를 주는 지금의 방식은 예전과는 아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분기하는 순간은 언제인지, 그것이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작업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고, 여전히 해명되지 않는 것도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어떻게든 길을 찾아낼 것이다. ‘구시대의 마지막 목격자’가 되어줄 당신과 함께.
- 〈들어가는 말〉 중에서(10~11쪽)

저자소개

권김현영 (저자)
자신만의 시선과 목소리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이야기해온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PC통신과 인터넷이 보급되던 1990년대에 나우누리 여성 모임 ‘미즈’의 운영진을 맡았던 영페미니스트이다. 같은 시기에 게릴라 여성운동 모임을 표방한 돌꽃모임 멤버로 활동하며 ‘편협한 페미니스트들의 저열한 잡지’를 만들고 지하철 성추행 방지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2000년대에는 여성주의 네트워크 〈언니네〉에서 편집팀장이자 운영진으로 활동했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했다. 이후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공부하며 이화여대, 국민대, 성공회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고, 〈한겨레〉, 〈씨네21〉,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등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여 페미니스트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페미니스트의 눈으로 다시 본 세계는 이전과 전혀 다르지만, 그 눈은 그에게 고유한 자신으로 삶을 사는 굳건함, 아무도 자신을 다치게 할 수 없는 단단함, 다른 사람의 인정을 구하지 않는 당당함을 가져다주었다. 여전히 무엇이 더 나은 길인지 고민하지만 분명한 점은 페미니스트로서 살아온 시간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는 것. 그래서 그는 오늘도 여성으로서, 페미니스트로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글을 쓰는 삶을 계속하자고 다짐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이다. 《언니네 방 1~2》,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등의 편저,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성폭력에 맞서다》, 《대한민국 넷페미사》, 《미투의 정치학》 등의 공저가 있다.

목차

목차 전체보기

들어가는 말 페미니즘 대중화라는 새로운 국면에서

첫 번째, 극단적으로 유해한 남성들로부터 우리 모두를 구하는 길
1장 왜 김군은 페미니즘에 그토록 분노했을까
―불평등 감각의 젠더 차이
2장 디지털 성착취 연대기
―‘빨간 마후라’에서 텔레그램 ‘N번방’까지
3장 성접대는 어떻게 관행이 되었는가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 속 강간문화

두 번째, 미투혁명이 돌파한 길, 멈춰 선 길
4장 미투운동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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