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상적인 도술로 강자를 징치하고 약자를 구제한 전우치
<전우치전>은 주인공인 전우치가 펼치는 신묘한 도술과 강자를 징치하고 약자를 구제하는 활약 등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전우치라는 인물 또한 고전소설 속 여느 영웅 캐릭터보다 친근하고 무겁지 않아서 대중적 인기가 높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드라마나 만화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전우치전>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작품인데, 기록에 따르면 실존 인물 전우치는 개성 출신이고 도술에 능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도술 대결에서 패하기도 하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는 기록도 전하지만, 어쨌든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었기에 소설 속 주인공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다.
전우치는 고전소설 속 다른 영웅들과는 달리 구미호로부터 도술을 습득한다. 구미호에게서 빼앗은 여우 구슬과 천서(天書)를 통해 온갖 도술과 변신술을 쓸 수 있게 되어,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종횡무진 세상을 희롱하고 다닌다. 전우치의 활약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강자 징치이고, 다른 하나는 약자 구제이다. 징치 대상인 강자는 고려 왕에서부터 중앙이나 지방의 관리들, 사치와 향락을 일삼은 양반 자제들, 반란을 꿈꾸는 무리의 수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쨌든 징치의 목적은 그들의 잘못과 옳지 못한 태도를 꾸짖고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구제의 대상은 약자이다. 전우치는 억울하거나 불편부당한 일을 겪은 약자들의 편에 서서, 상대적 강자인 인물들을 혼내고 문제를 바로잡는다. 약자의 편에 서서 권력자들을 징치하는 전우치의 모습에서 우리는 통쾌함을 느끼고 대리만족하게 된다.
B급 영웅의 미친 존재감
<전우치전>은 일반적인 영웅소설과는 다르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 일반적인 영웅소설에서 보이는 영웅으로서의 전형성을 지니고 있지도 않다. 가정이나 국가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도 나타나지 않고, 중국을 배경으로 하지도 않는다. 거기다 권력을 조롱하고 사회 체제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까지 하다. 그런 면에서 전우치는 전형적인 영웅소설 속 주인공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영웅으로서 결격사유가 많은 B급 영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정과 국가의 안녕을 먼저 생각하는 A급 영웅과는 달리, 전우치는 억울한 백성들을 먼저 생각하고, 국가적·사회적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 오늘날의 용어로 바꾼다면, ‘진보적’이라고 할 만하다. 일반적인 영웅 캐릭터가 지녔던 엄숙주의도 보이지 않는다. 전우치는 발랄하고 즉흥적이며 장난스럽다. 우리 곁에 한 발 더 다가선 영웅의 모습, 우리의 바람을 귀담아듣고 이루어줄 것 같은 영웅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완전무결하고 진중하지는 않지만, 전우치는 어쩌면 우리 시대가 바라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 아닐까.
대한민국 대표 청소년고전 -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
고전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문화의 원형이자 오늘날 새로이 생겨나는 이야기의 뿌리이다. 서양의 고전 못지않게 값진 가치를 지닌 우리 고전이 어렵고 읽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에게 외면당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여 2002년부터 기획·출간되어 온 것이 바로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이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국어 교사들과 정통한 고전 학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우리 고전을 누구나 두루 즐기며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쓰고 맛깔나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재창조했으며, 그 결과 우리 고전의 새로운 방향이자 본보기가 되어 우리 고전에 대한 선입견과 고전 읽기 문화까지 바꾸어놓았다.

전상욱 (저자)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방각본 <춘향전>의 성립과 변모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국 고소설의 상업적 유통과 이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여 <세책 대출자의 특성에 대한 연구>, <<춘향전> 초기 번역본의 변모 양상과 의미>, <세책 <전운치전>의 위상과 의미> 등의 논문을 썼습니다.
장선환 (그림)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미술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네이버 캐스트 ‘인물 한국사’에 그림을 연재했고, 현재 한겨레신문 ‘앞선 여자’에 그림을 연재 중입니다. 그린 책으로는 《임진록》, 《땅속나라 도둑괴물》, 《나무꾼과 선녀》, 《햇볕동네》, 《천천히 제대로 읽는 한국사》(전 5권) 등이 있습니다.
전국국어교사모임 (기획)
전국국어교사모임은 1988년 ‘국어 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으로 시작하여 국어 교육이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애쓰는 국어 교사들의 연구?실천 모임입니다. 신나고 재미있는 국어 수업, 삶을 나누는 국어 교육을 꿈꾸며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읽기 자료와 국어 교사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국어 교육 이론서를 기획하고 집필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책임 집필 ? 박선미 최윤영 홍진숙
박선미 : 좋은 책을 만나 두 눈을 반짝 뜨는 순간, 참 행복합니다.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처럼 커다란 책상에 앉아 밤새도록 책을 읽고 싶습니다.
최윤영 : 어슐러 르 귄의 바람과 용, 마법, 그리고 외계인들의 세상에서 넋 잃기를 즐깁니다. 제제처럼 너무 일찍 철든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책을 읽어주고 싶습니다.
홍진숙 : 어릴 때부터 ‘큰바위얼굴’을 꿈꾸었지만 이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려 합니다. 한때 ‘좋은 교사’ 되기를 열렬히 꿈꾸었으나 지금은 그저 ‘인간’이기만 해도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햇볕 잘 드는 도서관에서 나른하게 놀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