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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학 - 고통! 사람과 세상을 만나다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 | 휴먼인문 | 13,000원 | 2008.12.31 | 286p | ISBN : 978-89-5862-268-0 | 0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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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학 - 고통! 사람과 세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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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사람의 고통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현대의학에서는 ‘고통’이라 주제가 주요한 논의거리로 다루어진 적이 없었다. 최근에 비로소 조금씩 논의되고 있는 형편이다.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소장 강신익)는 처음으로 ‘고통’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의학ㆍ한의학ㆍ간호학ㆍ철학ㆍ문화인류학ㆍ사회학ㆍ문학의 영역에서 그리고 고통이 내재화된 실존을 살아가는 환자를 필자로 또는 대담자로 참여시켜 통학문적이고 실천적인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인문의학, 고통! 사람과 세상을 만나다》를 발간하였다. 의학과 인문학 사이에 다리를 놓고, 의료현장에서 소외된 고통이라는 인간 실존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 위한 실천적인 작업의 결과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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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1. 의학과 인문학, 세상의 ‘고통’을 말하다



의학은 사람의 고통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현대의학에서는 ‘고통’이라 주제가 주요한 논의거리로 다루어진 적이 없었다. 최근에 비로소 조금씩 논의되고 있는 형편이다.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소장 강신익)는 처음으로 ‘고통’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의학ㆍ한의학ㆍ간호학ㆍ철학ㆍ문화인류학ㆍ사회학ㆍ문학의 영역에서 그리고 고통이 내재화된 실존을 살아가는 환자를 필자로 또는 대담자로 참여시켜 통학문적이고 실천적인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인문의학, 고통! 사람과 세상을 만나다》를 발간하였다. 의학과 인문학 사이에 다리를 놓고, 의료현장에서 소외된 고통이라는 인간 실존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 위한 실천적인 작업의 결과물인 것이다.

인간의 고통을 다루는 의학이 정작 고통의 실존적 측면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 무심했을까? 그것은 아마 근대 이후의 의학이 엄밀한 과학적 방법론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일 것이다. 근대 과학의 방법론을 수용한 의학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몸을 바라본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함께 느낄 수 없거나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주관적 현상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다. 고통이라는 인간 실존의 문제에 접근할 적절한 방법이 없으니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고통이 주요 대상인 의학에서 그 고통이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의학에서도 고통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와 교육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통증의학이라는 분야가 새로 개척되기도 했고 과학적 의학에 인문학의 정신과 방법론을 도입하려는 의료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의학자와 인문학자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과학적이지만 차가운 의학에 실망한 대중의, 따뜻한 인간관계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물론 100년 이상 떨어져 나름대로의 길을 걷던 두 학문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지만 아무 고통도 없이 이루어진 일이라면 성취감도 없을 것이며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몇 년 전 의과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할 곳을 물색하던 중 한 복지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중증 장애인을 수용하는 곳인 만큼 거동이 자유로운 환자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자리에 누운 채 자원봉사자들이 떠먹여주는 음식에 의존해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장애가 그리 심하지 않은 아이 하나가 섞여 있었다. 머리가 기형적으로 크고 말도 하지 못했지만 걸을 수는 있었다. 아무 표정이 없는 중증장애인과는 달리 이 아이는 무척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이 방에 들어섰을 때 나로서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 아이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생면부지인 나를 꼭 껴안았던 것이다. 그 힘이 어찌나 세던지 시설의 직원이 억지로 우리 둘을 떼어놓을 때까지 그렇게 말없이 포옹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무척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그의 고통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에 묘한 감동이 몰려왔다.
그 아이에게 그 짧은 포옹은 어떤 의미였을까? 장애인으로서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 데 다소라도 도움이 되었을까? 그는 나를 자신을 낳아준 엄마나 아빠로 착각한 것일까? 나는 아직도 그 답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무척 고통스런 상태에 있었고 그 고통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했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어쩌면 뭔가 도움이 되고자 하는 내 마음을 읽고 자신이 바로 그 대상임을 알리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 본문 5~6쪽 〈책 머리에〉에서


3. 의학과 인문학 사이의 다리를 놓다
― 출간의 의의

이 책은 ‘고통’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의학과 인문학, 동서의 철학과 고전학, 문학 등 각 전공 학문들 사이의 장벽을 넘어 사유의 시작이다. 세상에서는 의학이 차가운 이성에 취해 따뜻한 인간미를 잃어버렸다고 하고 인문학이 인간의 삶을 해명하지 못한 채 위기에 처했다고도 한다. 그래서 두 학문의 위기를 둘 사이의 소통으로 넘어서려는 몸짓이다. 의학은 인문학에서 삶의 의미를 읽고 인문학은 의학에서 새로운 사유의 소재를 얻는다면 그 둘의 상승작용을 통해 인간과 건강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은 의학과 더 건강한 삶에 이르는 길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의학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는 의학과 의술의 역사에 대한 연구(의사학), 건강, 질병, 치유의 존재론적ㆍ인식론적 지위에 관한 연구(의철학), 의술의 실천에 따르는 윤리적 문제에 관한 연구(생명의료윤리학), 의료 행위의 사회문화적 측면에 관한 연구(의료사회학과 의료인류학) 등으로 나뉘어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서로 소통하지 않는 두 개의 의학체계(한의학과 서양의학)가 공존하고 있어 연구의 지형이 더 복잡하다. 연구의 대상인 두 의학이 소통하지 못하니 두 의학에 대한 의사학ㆍ의철학ㆍ생명의료윤리학ㆍ의료사회학ㆍ의료인류학 연구들 역시 소통하지 못한다.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에서 엮은 《인문의학, 고통! 사람과 세상을 만나다》는 동서고금의 의학과 인문학이 서로 만나는 장이다. 동과 서, 고와 금, 의학과 인문학 사이에 새로운 소통의 경로를 열고 건강, 질병, 치유의 새로운 지평을 찾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과학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는 우리만의 의학과 인문학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두 학문 사이에 다리를 놓고, 의료현장에서 소외된 고통이라는 인간 실존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 위한 기초 작업의 결과물이다. 의학ㆍ한의학ㆍ간호학ㆍ철학ㆍ문화인류학ㆍ사회학ㆍ문학의 전문가뿐 아니라 고통이 내재화된 실존을 살아가는 환자를 필자로 또는 대담자로 참여시켜 통학문적이고 실천적인 논의를 이끌어내려고 했다. 모든 필자가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준비된 글을 발표하는 집중세미나를 열어 하루 종일 진지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고, 전문가를 초청해 좌담회를 열기도 했다. 물론 이런 통학문적이고 실천적인 논의의 역사와 경험이 짧은 만큼 그 결과가 크게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이제 그런 논의의 토대를 쌓았다는 점에서는 그 의미가 상당할 것이다.



4. 고통! 사람과 세상을 만나다
― 주요 내용 소개

이 책은 모두 18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것들을 접근법에 따라 여섯 개의 섹션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인 ‘의학과 과학, 고통을 관찰하다’와 두 번째인 ‘인문학, 고통을 사유하다’에서는 각각 의학(과학)과 인문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고통의 문제를 다룬다. 물론 과학과 인문학의 접근법이 서로 통하지 않을 만큼 뚜렷이 다른 것은 아니다. 첫 번째 글의 필자인 서홍관은 환자를 돌보는 가정의학과 의사인 동시에 등단 시인이며, 고통을 삶의 문제로 보고 의학을 삶의 문제풀이로 바라본 황임경도 현직 의사이면서 의철학을 공부하는 과학과 인문학의 혼혈아다. 한국 고유의 의학인 사상의학의 관점에서 고통의 문제를 분석한 글을 쓴 곽노규 역시 철학을 공부한 한의사며, 동물의 고통을 다룬 김성한 역시 과학을 공부한 철학자다. 제목에서는 고통을 ‘관찰’한다고 했지만 실지로는 관찰과 동시에 ‘사유’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범주의 글들은 대체로 인문학 계열에 속한다. 우리나라에 ‘철학적 인간학’을 소개하고 이것을 의학적 인간학으로 발전시켜 의료인문학의 실질적 토대를 놓은 진교훈 교수의 글은 고통의 긍정적 의미를 짚고 있으며, 불교에서의 고통을 다룬 최기표의 글은 반대로 부정적 의미를 다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고통을 버리고 즐거움을 얻는 것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의 본질을 보는 것이 그대로 즐거움’이라는 불교의 입장을 고려하면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많이 다른 것 같지는 않다. 플라톤의 고통을 다룬 이기백의 글도 고통과 즐거움의 중용을 취할 것을 권한다. 간호학자이면서 철학자인 공병혜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강조하며, 공학을 공부한 후 문화인류학자가 된 김태우는 특히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교포들이 겪는 실질적 고통을 다룬다.

세 번째 섹션은 전문가 초청 대담이다. 정신의학자이며 의료인류학자인 최보문, 사회학자 백욱인, 동양철학자 김시천, 그리고 전직 치과의사인 의철학자 강신익 네 사람이 3시간 가까이 진행한 대담의 녹취록이다. 전공 분야가 다른 만큼 네 사람의 접근방식이 같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녹취록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그리고 주제 자체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섹션은 문학이다. 러시아의 작가 알리세르 파이즈의 단편소설을 국내 최초로 번역하고 해설을 덧붙인 이병훈의 글은 고통에 관한 수많은 철학적 논의를 단 몇 페이지에 담아낸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에 대한 서평 형식인 이택광의 글은 고통의 재현 문제를 다룬 손택의 논의를 따라가면서도 고통의 재현보다는 그 사회적 원인을 따져보는 일이 더 시급함을 강조한다. 문자의 형성 과정으로 고통의 의미를 풀어낸 전호근의 글은 우리들의 논의를 전혀 다른 방향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

다섯 번째 ‘사람, 고통을 말하다’에서는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에서 만나는 고통의 문제를 다룬다. 의사(박지욱)와 한의사(곽노규), 그리고 선천성 질환자(이원영)와 젊은 여성 탈모환자(이은영)의 글을 모았다. 환자와 의사의 입장에서 따로따로 쓰인 네 편의 글들이 본격적인 대화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계기는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저자소개

최종덕 (저자)
상지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철학교수. 물리학과 철학을 공부한 후 독일 기센대학교 과학철학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연과학과 철학, 동양과 서양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두 문화`의 지식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앞으로 이를 더욱 확장해 한의학과 생물학의 사유를 연결하는 작품을 기획 중에 있다. 역서로《철학과 물리학의 만남》,《과학철학의 역사》등이 있고, 저서로《부분의 합은 전체인가》,《함께하는 환경철학》,《인문학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등이 있다.
김시천 (저자)
숭실대 철학과 강사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에서 『노자의 양생론적 해석과 의리론적 해성』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한국 철학 사상연구회와 동의 과학연구소에서 기(氣) 철학, 도가 철학, 한의학적 사유에 관해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전통 동아시아 담론을 `몸의 현상학` 이라는 화두를 통해 해명하는 작업과, 전통 철학 고전을 현대적 사유로 출어내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숭실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하면서 『철학에서 이야기로 - 우리 시대의 노장읽기』(2004)을 공동 기획으로 출간했다.
강신익 (저자)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구강외과의사로 15년간 일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의철학을 공부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 인문의학 교실을 개설해 철학, 역사, 윤리를 가르친다. 한국생명윤리학회와 대한의사학회 부회장, 한국의철학회 학술이사, 민족의학연구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몸의 역사: 의학은 몸을 어떻게 바라보았나》, Philosophy for Medicine(공저), 《의학오디세이》(공저), 역서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 《고통 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 등이 있다.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 (엮음)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는 건강과 의학을 과학만이 아니라 인문학의 시선으로도 바라보아야 한다는 인식으로 2007년 8월에 설립되었다. 동서고금의 세계관이 만나고 충돌하고 화해하는 접점으로부터 ‘건강한 삶을 위한 인문학적 비전’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한국적 전통과 현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학문 및 실천의 장으로 이어가기 위한 ‘한국적 의료인문학’의 창출과 보편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2007 인문한국사업’에 지원하여 ‘HK 유망연구소’로 선정된 이래 한국적 의료인문학의 창출을 위한 토대 연구에 전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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