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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저자) | 휴먼인문 | 15,000원 | 2005.03.21 | 376p | ISBN : 978-89-5862-033-4 | 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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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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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미학지 진중권의 일곱 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책을 읽는 것이 곧 놀이가 되는 환상적인 책. 이 책에 등장하는 300여 컷의 그림과 곳곳에 감추어져 있는 글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곱가지 상상력 놀이는 문자로 표현되는 의미와 그림으로 말하는 의미가 합쳐지면서 새로운 상상력을 생성한다. 기계공학, 정보공학, 유전공학이라는 기술의 뒷받침을 받는 오늘날의 상상력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인해 곧바로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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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과거의 인간은 대상(object)을 보고 그것을 머릿속에 표상,
책 속의 텍스트, 혹은 갠버스 위의 형상으로 재현하는 주체(subject)였다.
하지만 미래의 인간은 자신의 꿈을 앞으로(pro) 던져서(ject) 실현하는 기획 (project)이 될 것이다.
ㅡ 빌렘 플루서



1.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혁명
우리에게 ‘미학’와 ‘예술’의 세계를 보고, 느끼고, 경험하게 해준 미학자 진중권. 그가 이번엔 상상력 혁명이라는 코드로 미학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진중권의 신작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휴머니스트 발간, 2005)은 상상이 기술을 거쳐 현실로 전화하는 테크놀로지 시대는 ‘상상력이 곧 생산력’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생각의 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현실에서 볼 때, 이 책은 많은 사름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은 상상력이 미학의 영역임을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에서 선언하고, ‘놀이’라는 코드로 새로운 미학의 세계를 파고 들어간다. 저자는 상상력 혁명으로 도래한 사유의 특징을 비선형성?순환성?파편성?중의성?동감각?상형문자?단자론이라는 일곱 개의 키워드로 흥미진진하게 풀어가고 있다. 이 7가지 사유의 특성들은 이 책의 형식과 내용 속에 가시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즉, 문자로 표현되는 의미를 가시적 형상 속에 감추어놓은 형식이다. 이는 논리적인 문자매체에서 감각적인 영상매체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지금-여기’의 문화변동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런 형식과 내용을 갖추게 된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하나의 진리라는 관념을 벗어나 ‘재미’ ‘놀이’로 바뀌고 있는 문화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상상은 정신의 놀이다. 상상을 할 때 정신은 노동을 하지 않고 놀이를 한다. 미래에는 노동이 유희가 될 것이라는 카를 마르크스의 예언은 맞았다. 상상력이 생산력으로 전화하면서 노동은 점차 유희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윤리학은 미학이 될 것이라는 그의 예언도 실현되고 있다. 상상력은 미학의 영역이며, 이 영역은 진위와 선악의 피안에 있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유가 이미 있는 것을 재현(representation)하려 할 때에는 ‘대상과 일치’라는 인식론적 구속을 받지만, 이직 없는 것을 있게 하는(presentation) 상상력은 그런 구속을 윈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이 어린아이였을 때, 즉 자신이 영원한 존재라고 믿던 때를 모두 잊은 것 같다.”(애드거 앨런 포) 유년기의 인류가 상상력이 풍부했던 것처럼 우리도 한때 어렸을 적에는 풍부한 판타지를 갖고 있었다.…… 어린 시절 놀이에 흠뻑 빠져 있을 때 우리는 현실과는 다른 공간, 현실과는 다른 시간에 있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며 영화제에 나와 감독들이 하는 말처럼, Enjoy this book.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9~11쪽, 〈상상력 혁명〉 중에서


2. 20가지의 미학적 놀이가 곧 상상력이다
―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의 특징 1

이 책에는 20가지의 놀이가 등장한다. 가로로 읽어도 뜻이 통하고, 새로로 읽어도 뜻이 통하는 아크로스티콘 놀이, 알파벳 철자의 순서를 바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애너그램 놀이, 왜곡의 진리를 선물하는 아나몰포시스 놀이, 주사위, 체스, 카드 등의 게임과 물구나무, 인형놀이, 불꽃놀이 등등.
여기 등장하는 20가지의 놀이가 어떻게 상상력으로 뻗어갈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과거 같으면 철없는 어린 아이들의 놀이를, 고상함을 대표하는 예술과 같이 놓고 설명할 수 있게 된 것! 이게 정말 큰 변화지요. 아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힘이 되기에 부족하죠. 우리 앞에 펼쳐진 21세기는 상상하는 것이 힘이 될 겁니다.”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상상력에 대해 정리해보자 최근 전 세계를 열광시킨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은 중세의 주술적 상상력에 속한다. 제임스 조이스와 같은 현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정상적인 논리를 뒤집는 역설과 무의미의 수학적?논리학적 환상이고, 보르헤스류의 소설들은 철학적 판타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영화 〈매트릭스〉를 비롯한 할리우드 영화 속에 구현된 판타지는150년전 쥘 베른(1828~1905)에서 시작된 과학적 판타지의 맥을 잇는 것이다. 과거에 상상은 허구에 불과했다. 그것을 실현하려 드는 시도는 주술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허구는 테크놀로지에 힘입어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텍스트는 선형적이다. 서구처럼 좌에서 우로 쓰든, 아랍처럼 우에서 좌로 쓰든, 일본인들처럼 위에서 아래로 쓰든, 텍스트는 한 방향으로 읽고 쓰게 되어 있다. 하지만 원래 ‘텍스트’라는 말은 ‘직물’이라는 뜻이다. 씨줄과 날줄이 포개져야 진짜 ‘텍스트’가 된다. 미래의 글쓰기는 합리성의 씨줄과 상상력이 날줄로 이루어진 비선형적 텍스트, 가령 크로스워즈 퍼즐을 닮아갈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앞에서 본 구절, 문장, 문장이 뒤에서도 또 나타날 게다. 크로스워드 퍼즐처럼 거기서 두 개의 장(章)은 십자(十字)로 교차한다. 굳이 그런 암시도 없이 각각의 놀이의 요소는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놀이들을 연상시킨다. 가령 체스는 자동인형을 만화경은 불꽃놀이를 리버스는 아크로스틱을…공간적으로 산포하는 이 연상의 길들을 따라가면 입구와 출구가 없는 비선형적 미로 속에 빠져들게 된다. 미디어 이론에서는 선형적 글쓰기와 더불어 직선사관, 즉 시원과 종말을 갖는 ‘역사’의 관념이 생겼다고 본다. ‘역사’ 이후의 탈근대의 시간은 이와 달리 처음과 끝이 없는 순환의 시간이다. 빠져나올 수 없는 텍스트의 미로를 돌며 연상놀이를 할 때, 전문학적 시간과는 다른 순환적 시간, 즉 영겁회귀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363~364쪽, 〈영원한 소년〉 중에서



3. 책 읽기가 곧 놀이가 되는 환상적인 책
―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의 특징 2

이 책은 놀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환상적인 책이라 할 수 있다. 책 읽기가 바로 놀이가 된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 해답은 이 책에 담겨 있는 300여 컷의 그림과 곳곳에 감추어져 있는 크로스워드 텍스트에 있다.

증명 1. ― 요나를 토해내는 고래 그림 속에서 변을 보는 사내의 그림(128쪽, 〈고래의 배에서 나온 요나〉)이 숨겨 있고, 항구의 풍경에서 자결을 하는 사울의 모습(131쪽, 〈사울의 죽음〉)이 감추어져 있으며 , 바위의 풍경이 사람의 얼굴을 이루는가 하면(144~167쪽의 모든 그림), 그림이 글자가 되는가 하면 거구로 글자가 그림이 되기도 한다(200~237쪽의 모든 그림). 재밌지 않은가! 하나의 요소가 동시에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 중의성은 명석 판명함이라는 근대의 인식론과는 다른 탈근대적 이미지, 탈역사의 글쓰기의 특징이다.

증명 2. ― 보통 책을 읽을 때 독자의 눈의 높이와 각도는 일정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시선의 각도를 바꾸어 눈을 책 옆에 바빡 붙이거나, 책을 90 혹은 180도로 돌려봐야 한다. 말하자면 독자가 몸을 움직여 시선의 각도를 계속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120~140쪽 모든 그림)

증명 3. ― 리버스 놀이에서는 이미지가 텍스트가 된다(220~237쪽 모든 그림). 아크로스틱을 이용한 형상시에서는 거꾸로 텍스트가 이미지를 이룬다(200~219쪽). 시간적 텍스트와 공간적 이미지의 대립은 무너지고, 상상력은 문자와 그림의 한계를 지유로이 넘나든다.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문자와 그림의 대립은 사라졌다. 우리는 컴퓨터로 텍스트를 쓰기도 하고 그것으로 이미지를 그리기도 한다.

증명 4. ― 미래의 생산력은 없는 것을 상상하여 기술로 실현한다. 기술은 배울 수 있으나 상상력은 배울 수 없는 것. 창조적 인간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성숙의 지혜를 가지고 어린 시절의 천진함으로 돌아가라. 그곳에는 호기심의 한계가 없고, 상상력에 구속이 없는 ‘영원한 소년’이었다.
10쪽 〈움직이는 연극〉, 16쪽, 〈뱀 주사위 놀이판〉, 42쪽 〈체스를 두는 레닌〉, 43쪽 〈체스를 두는 뒤샹〉……의 그림들을 보라!


체스의 역사는 예술의 역사를 닮았다. 고전 예술이 주로 구상(具象)이라면 현대 예술의 추류는 추상(抽象)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대 예술은 실물을 닮지 않은 추상성 때문에 작품 밖의 현실에 대해 아무말도 못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낱말이 세상을 닮지 않았다고 세계를 기술할 수 없는가? 체스 말이 실물을 닮지 않았다고 체스를 못 두는가? 실물을 닮지 않은 둥글넓적한 중국 장기의 말을 가지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초나라와 한나라 사이에서 전쟁을 연출한다. 현실을 닮지 않은 추상 예술도 얼마든지 현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



4. 패러다임의 변화! 상상력으로 돌파하라
―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의 특징 3

중세인들은 상상력이 매우 풍부했다. 그들이 세계는 온통 환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근대인들은 이를 용납히지 않았다. 중세의 사유를 그들의 냉철한 이성의 법칙에 묶어두어야 했다. 데카르트에게 상상력은 그저 ‘오류의 근원’에 불과했다. 우리의 사유, 우리의 기술, 우리의 현실의 대부분이 바로 ‘아는 것이 힘’인 17세기 사유 혁명의 결과였다. 이때부터 사물과 사물의 결합은 자유로운 연상이 아니라 인과법칙의 사슬에 묶이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려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소설, 영화, 인터넷에서 온갖 판타지가 부활하여 범람하고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일시적 유행인가, 아니면 대중들의 사유 패러다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난 것인가. 신화적 주술적 판타지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주요한 수단인 문자매체가 영상매체체로 옮겨가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새로운 세대는 이미 문자적 사유가 아니라 이미지적 사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상상력은 기계공학, 정보공학, 유전공학이라는 테크놀로지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상상과 현실 사이에 놓여 있던 질료의 저항을 점점 더 무력화시키고 있다. 상상이 질료의 저항 없이 곧 바로 현실로 바뀌는 것이다. SF는 더 이상 문학 장르가 아니다. 현실의 조건인 것이다. 이제 드디어 상상력이 힘이 되는 시대가 왔다. 미래의 생산력은 상상력이다.

원숭이의 엉덩이는 왜 빨간가? 여기서 우리는 그 원인을 찾아 엉덩이에 모여 있는 실핏줄의 존재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우리의 상상력은 원숭이의 덩덩이에서 사과의 색으로, 거기서 바나나의 맛으로, 거기서 기차의 길이로, 거기서 비행기의 속도로, 거기서 백두산의 높이로 자유로이 날아다녔다. 터무니없는 연쇄, 하릴없는 장난에 불과하다고?
고대의 철학자들은 시와 조각의 이미지로 무장한 신화적 판타지와 싸웠다. 근대의 합리주의자들은 허구적 표상을 이용한 주술적 상상력과 싸웠다. 그런데 이들이 쫓아내려 했던 것이 지금 다시 삶으로 복귀하고 있다. 하지만 오해하면 안 된다. 상상력의 부활은 논리이전으로 복귀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 경우 첨단 미디어의 이미지는 새로운 문맹으로, 낡은 주술적 사유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가령 성경 안에 매래 사건의 예언이 들어 있다고 설치던 ‘바이블 코드’ 소동을 생각해보라.
상상력 혁명은 논리적?추론적?선형적 사유를 배제하지 않는다. 오래 그것을 전제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을 뿐이다. 그것은 합리성에 대한 무차별한 공격이 아니다. 합리성이 창의성을 억누르는 지점에서 행하는 즐거운 반역이다. 교육을 통해 획득한 익숙한 사유의 습관을 버리는 것처럼 어려운 것은 없다. 하지만 실은 그것처럼 쉬운 것도 없다. 어린 시절의 놀이 정신으로 동아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린이-되기’는 들뢰즈의 말대로 과거의 어리석음으로의 퇴행이 아니라 과거의 천진난만함으로의 ‘동시적 역행’이다.
―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361~363쪽, 〈영원한 소년〉 중에서

저자소개

진중권 (저자)
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소련의 '구조기호론적 미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유학 후 귀국하여 지식인의 세계에서나마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과 논쟁의 문화가 싹트기를 기대하며 그에 대한 비판 작업을 활발히 펼쳐왔다. 그의 인문적·미학적 사유는 비트겐슈타인의 인식틀과 발터 벤야민에게서 받은 영감에서 시작되었다. 앞으로는 이를 구체화하는 사유와 글쓰기를 계획하고 있는데, 개략적으로 철학사를 언어철학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탈근대의 사상이 미학에 대해 갖는 의미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리고 철학, 미학, 윤리학의 근원적 통일을 되살려 새로운 미적 에토스를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이번에 발간된 《레퀴엠》은 이러한 새로운 기획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쓴 책으로는 《미학 오디세이》, 《춤추는 죽음》,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2》, 《천천히 그림읽기》, 《시칠리아의 암소》, 《폭력과 상스러움》 외 다수가 있다.

목차

목차 전체보기

서문 - 상상력 혁명

Red 우연과 필연
주사위는 던져졌다 - 주사위
체스 판 위의 엘리스 - 체스
조커, 카드 밖으로 나오다 - 광대

Orange 빛과 그림자
자연의 자화상 - 카메라 옵스쿠라
빛으로 빚은 그림 - 라테르나 마기카
실루엣의 파노라마 - 그림자놀이

Yellow 숨바꼭질
왜곡의 진리 - 아나몰포시스
얼굴은 풍경이다 - 인형풍경
거꾸로 본 세상 - 물구나무

Green 수수께끼
끊어진 진주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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