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을 동화처럼 읽는다
어린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집과 함께 날아간 이야기, 날지도 못하는 마녀 이야기, 너무 갖고 싶은 요술램프 이야기….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이 세상에 정말로 있는 진짜 이야기이다. 신기한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다. 내 발 밑에 있는 흙, 머리 위에 있는 우주와 별, 손바닥 위에 있는 공기, 들판에 있는 풀과 나무와 개미…. 자연에는 비밀이 아주 많고, 과학은 그 비밀을 푸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접하는 과학에는 이야기가 없다. 과학은 복잡한 공식을 외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머리 아픈 공부일 뿐이다. 과학은 본래 신나는 공부인데, 교과서는 모래처럼 맛이 없고 벽돌처럼 단단하다. 과학에도 오래된 역사가 있고, 아무리 간단한 것이라도 그걸 알게 되기까지 사람들이 수없이 생각하고 실험하고 실패한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그런 것을 모두 생략하고 맨 끝에 알게 된 것만 가르쳐 주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결과만 알게 되는 것은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고 재미도 없다. 그것은 마치 선생님이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이야기를 가르쳐 주는데 처음도 중간도 건너뛰고 “엄마 염소는 늑대의 배를 가르고 아기 염소들을 꺼내어 행복하게 살았단다.” 하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책은 과학의 이야기를 복원하고 있다. 저자들은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듯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을 과학의 세계로 이끈다. 이 책은 물리학의 기본인 관성, 중력, 도구와 일, 공기의 압력, 소리와 파동, 전기, 자석, 빛의 성질, 에너지와 에너지 보존 법칙 등 녹록치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까다로운 과학의 주제를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로 들려주기 위해 저자들이 취한 전략은 책 전체의 이야기를 꼬리를 무는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하기, 핵심을 단순화해서 풍부하게 설명하기, 아이들 생활 주변의 적절한 비유를 개발하기 등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본문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 두 사람이 한 문장, 한 단락, 한 단원을 구성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토론하고 쓰고 고쳐쓰기를 반복했을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꼬리를 무는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과학의 원리
책은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는 갈릴레오의 ‘공 굴리기 실험’으로 물리학의 문을 연다. 이 실험 이야기를 통해 기존의 지식에 의문을 던지고 끝없는 실험을 통해 진리를 알아가는 과학의 정신과 함께 물체의 운동과 속력, ‘멈춰 있으면 영원히 멈춰 있고, 가면 영원히 가는’ 관성을 이야기하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중력으로 연결된다.
중력을 이해하면 지구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의 세기가 바로 우리의 몸무게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지구가 아주 세게 끌어당기고 있는 무거운 물건들이 많다. 지구의 중력을 거슬러서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기 위해 인류는 어떤 지혜를 발휘했을까? 그것은 도구의 발명이었다. 무거운 바위를 곧장 들어올리는 것보다 긴 비탈길 위로 끌어올리는 편이 힘이 덜 든다는 데서 빗면의 원리를 설명하고, 빗면의 원리에서 도끼, 나사못, 비탈길, 계단 등 생활 속에서 늘 접하는 도구 속에 빗면의 원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빗면의 원리는 지렛대, 도르래로 연결되어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게 해 주는 인류의 아주 간단하면서도 놀라운 발명품의 원리를 꼬리를 무는 이야기로 설명하고 있다. 책은 이처럼 하나의 맥락 속에서 물리학의 기초 원리를 흥미롭게 풀어 나가고 있다.
흥미진진한 과학 이야기 주머니
책에서 저자들은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경험하는 것들에 비유하여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과학 개념으로 이끄는 뛰어난 소통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매질을 통해 파동으로 전달되는 소리의 성질을 이야기하는 대목과 과학 시간에 흔히 접하는 꼬마전구, 자석, 거울과 렌즈 등에 얼마나 신비로운 우주의 비밀이 담겨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대목이 특히 흥미롭다.
너는 소리가 늘 무언가를 타고 다닌다는 것을 알까? 네가 자전거와 자동차와 기차를 타는 것처럼 소리도 무언가를 타고 다닌다! 네가 소리와 다른 점이 있는데, 너는 아무것도 타지 않고 다닐 수 있지만 소리는 아무것도 타지 않고는 어디에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중략)
이제 연못에 돌을 던져 보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연못 가운데로 돌멩이가 날아간다. 돌멩이가 연못에 풍덩 빠지고 물이 일렁거린다. 그리고 네가 있는 쪽으로 파도가 밀려오지.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연못에 파도가 밀려올 때 무엇이 네게로 왔을까?
물이 오는 걸까? 그렇지 않다. 물은 제자리에서 위아래로 출렁거릴 뿐이다. 물은 조금도 너에게로 오지 않는다. 의심이 난다면 나뭇잎을 띄워 보아라. 나뭇잎은 물이 일렁거릴 때마다 물결을 따라 아래위로 왔다갔다할 뿐 너에게 가까워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너 가까이 오지 않는 걸까? 그렇지 않다. 네게로 오는 것이 분명히 있다. 네게로 오는 것은 물이 아니라 어떤 ‘움직임’이란다. 만질 수 없는 ‘움직임’이 너에게로 온다. 이 움직임을 과학자들은 파동이라고 부른다.
(중략)
소리도 파동이란다! 엄마가 잔소리를 하면 잔소리가 너에게로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파동이 날아온다. 네가 북을 치면 둥둥 하고 북소리가 네 귀에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파동이 날아오지.
과학이 무엇인지, 왜 배우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
과학적 탐구는 자연 현상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여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같은 과학 공부를 통해 아이들은 사물을 관찰하는 능력, 의문을 갖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 정확하고 빠르게 개념을 만드는 능력, 방법을 찾고 정리하는 마음의 습관,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게 된다. 위대한 과학자들이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해서 어떻게 추론하여 위대한 발견을 했는지를 차근차근 알게 되면, 학년이 올라가 배울 것이 많아져도 아이들은 과학을 결코 어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책은 “과학이 뭐죠?” “과학을 왜 배우나요?” 하는 아이들의 근본적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면서 과학의 본질과 과학적 사고의 매력을 진지하게 전해 주고 있다.
과학을 배우면 뭐가 좋을까? 과학을 배우면 자연의 비밀을 알게 되고, 비밀을 알면 호기심이 깊어지고 관찰을 잘하게 된다. 그리고 상상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 아주아주 커서 보이지 않는 세계, 아주아주 작아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법! 우주는 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다. 원자의 세계는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상상하면 보인다. 과학을 배우는 사람만이 거기에 갈 수 있다! 흙 속에도, 씨앗 속에도, 바다 밑에도, 별에도!
이 모든 세계를 알게 되면 겸손해진다. 너희는 아직 겸손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겠지만 겸손이란 좋은 거야. 겸손한 사람은 지혜와 지식과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하지만 교만한 사람은 배가 터지게 부른 사람과 비슷하다. 배가 터지게 부른 사람은 밥을 안 먹고 싶듯이, 교만한 사람은 아무것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과학을 공부하면 세상이 너무나도 신비롭고 위대하게 보여서 잘난 체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그래서 과학을 공부하면 좋다.